삼성, LG, SK, CJ 등 대그룹사들은 제약·바이오 사업부문을 차세대 신성장 동력으로 선정하고 투자를 집중하는 가운데, 그룹사별로 다른 행보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에 4천억원 투자하여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집중 투자하기로 결정하였으며, LG화학은 LG생명과학을 흡수합병하여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또한 CJ헬스케어는 중지되었던 상장을 다시 추진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제약/바이오 사업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4천억원 투자

삼성의 바이오의약품 사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의약품의 생산을 담당하고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의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을 계기로 홀로서기 경영을 시작했다. 상장전 기업공모를 통해 모집한 자체 조달 자금을 삼성바이오에피스에 투자함으로써 모그룹의 지원없이 삼성바이오로직스만의 홀로서기 경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셈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내년까지 4,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위한 재원 조달을 위해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 12월과 내년 6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유상증자에 각각 2,000억원씩 총 4,000억원을 참여할 계획이라고 지난 12일 발표했다.

◆ LG생명과학, LG화학에 합병...주식매수청구금액 3천억원이 마직막 관문

LG생명과학과 LG화학은 28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양사의 합병을 최종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합병기일은 오는 2017년 1월 1일로 합병 후 존속법인은 LG화학의 상호를 유지하고 LG생명과학은 해산된다.

남은 과제는 LG생명과학의 주가가 얼마나 올라 주느냐다. 현재 LG생명과학의 주가는 6만원을 넘지 못하고 있다. LG생명과학 주가가 낮으면 다음달 19일까지 진행되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3천억원을 넘을 경우 합병이 취소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 두 회사는 “합병 반대 주주는 주당 6만 7992원(보통주 기준)에 주식매수 청구를 할 수 있는데 이 규모가 3000억원을 넘어서면 합병 계약이 취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는 LG화학과 LG생명과학의 합병을 통해 바이오 사업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구상이다.

LG생명과학이 장기적으로 막대한 투자가 불가피한 바이오 사업을 독자적으로 확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보니 자본 여력이 있는 LG화학과의 재결합을 추진하고 있다.

LG화학은 그룹 내에서도 최고 수준의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어 LG화학과 LG생명과학의 합병을 통해 사업안정성과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화학과 바이오간 사업 시너지도 고려됐다는 분석이다.

세계 최대 화학기업인 바스프나 일본 스미토모도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바이오 분야를 육성하고 있는 트랜드에 맞춰 LG화학의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초소재 역량과 사업망을 LG생명과학의 바이오 분야에 연계시켜 성장시키고자 하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 SK, 5대 핵심성장 사업 선정 집중 육성

SK그룹은 제약·바이오 산업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그룹 오너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신약개발에 투자를 계속해왔다. 지난해 통합지주사 출범 때 SK그룹은 바이오, 제약 사업을 5대 핵심성장 사업 가운데 하나로 선정하고 집중 육성 의지를 밝혔다.

SK는 SK케미칼의 화학분야와 제약분야의 연계를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SK바이오텍, SK바이오팜 등 바이오 자회사를 통해 제약·바이오 사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중추신경계 신약 개발에 집중해온 SK바이오팜은 올 초 뇌전증(간질) 치료제인 ‘YKP 3089’가 임상 2상을 마치고 3상에 돌입했다. 특히 미국식품의약국(FDA)이 기존 치료제 대비 효능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YKP 3089에 약효성 평가를 면제해 안전성 시험만으로 신약 허가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에서 YKP 3089가 시판되면 연 매출만 1조원 이상을 거두게 되며 향후 뇌전증 치료에도 새장이 열리게 된다는 게 SK 측의 설명이다.

SK그룹의 또하나의 바이오 축인 SK바이오텍은 2020년 기업가치 4조원 이상의 글로벌 톱10 의약품위탁생산회사(CMO)로 발돋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2월 SK㈜는 SK바이오팜의 자회사였던 SK바이오텍 지분 100%를 인수하고 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SK가 SK바이오텍을 계열사로 편입한 이유는 바이오·제약산업이 SK그룹의 미래 중요한 먹거리이기 때문에 SK바이오텍을 제대로 키우려면 SK바이오팜 보다는 현금동원력이 충분한 SK가 직접 나서야 했다는 분석이다.

SK바이오텍은 2020년 매출 1조5,000억원 달성이 목표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세종시 명학산업단지에 증설 부지를 확보해 현재 16만ℓ 규모의 생산능력을 2020까지 80만ℓ로 확대할 예정이다. 글로벌 CMO 업체 인수합병(M&A)도 검토 중이다.

◆ CJ헬스케어 : 다양한 파이프라인, 오픈이노베이션 전략

CJ제일제당 그룹은 제약·바이오 부문에 대한 투자를 CJ헬스케어에 집중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CJ헬스케어는 국내 바이오제약사 가운데서도 눈에 띄게 다양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갖췄다고 평가 받고 있다. 질환으로는 각종 소화기계 질환, 독감, 빈혈, 안과 질환, 항암제, 고혈압 등을 아우르고 의약품 종류별로는 합성의약품, 백신, 단백질 치료제, 바이오시밀러까지 개발 중이다. 회사는 이런 다양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발판 삼아 명실상부한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할 계획이다.

CJ헬스케어는 국내 업체 가운데 바이오 시장의 세계적 트렌드인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협업을 통한 혁신)’을 가장 활발히 하고 있는 회사로도 꼽힌다. 일례로 지난해 11월 국내 바이오벤처들을 초청해 공동 연구·개발을 타진하는 ‘R&D 오픈이노베이션 포럼’을 열었다. 올해에는 해외 벤처까지 확대한 ‘글로벌 R&D 오픈이노베이션 포럼’을 개최했다. CJ는 포럼에서의 교류를 통해 항체신약 개발업체 와이바이오로직스와 공동연구 계약을 맺는 결실을 맺었다. CJ는 공동연구를 통해 전세계 바이오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사 가운데 하나인 항체치료제 분야 진출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종양 등을 2가지 약물 작용기전으로 공격하는 차세대 ‘이중타겟항체’를 개발하기로 해 기대를 모은다.

올해 추진했다 연기된 CJ헬스케어의 상장도 내년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추진 중에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성과가 나타나기 까지는 수년간의 연구개발 투자가 수반되어야 하는 제약·바이오업종 특성상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 그룹사들의 제약·바이오 산업 투자는 환영할 만 하다”며 “그룹사별로 선택·집중 전략과 합병·시너지 전략 중 어떤 투자전략이 효율적인 성과로 나타날지 기대된다”고 밝혔다.

조병욱 기자  bucho85@pharm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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