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0일 한미약품 사태 이후 증권사들이 대형제약사에 대한 목표주가를 경쟁적으로 내리고 있다.

대형제약사들의 3분기 실적이 부진해서가 아니라 대형제약사들의 신약개발에 대한 기대치와 기술 수출에 대한 가치를 조정하는 과정으로 보인다.

제약사의 주가 하락으로 목표주가를 내리는 것이 일견 타당해 보이면서도 그동안 증권사 리포트가 얼마나 자의적으로 작성되었는지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다.

9월 30일 유진투자증권은 한미약품에 대한 목표주가를 100만원에서 109만원으로 상향했다. 9월 29일 한미약품이 발표한 제넨텍에 기술 수출한 계약의 신약가치를 1,014억원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9월 30일 베링거 잉겔하임에 기존에 기술 수출했던 계약이 해지됐다는 발표에 유진투자증권은 한미약품의 목표주가를 74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기존에 평가했던 신약가치를 30%나 할인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한미약품에 대해서는 타 증권사 리포트도 상황은 과히 다르지 않았다. 신규 계약된 기술 수출건과 계약 해지된 기술 수출 건의 신약 가치가 별 차이가 없음에도 목표주가를 하루 아침에 20% 정도 내렸다.

또 다른 제약사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있지만 제약사 실적이 특별히 악화된 경우는 없다.

12일 HMC투자증권은 유한양행(000100)의 목표주가를 37만원에서 31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하향 조정의 이유는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를 하회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지만 주된 이유는 대형제약사들의 추정 PER(주가수익비율)을 낮추었기 때문이다.

HMC투자증권은 유한양행에 대해 현재 PER 23.1배에 거래중이고 목표주가는 대형제약사 PER mutiple 27.2배 적용하여 31만원으로 산출하였으며 향후 대형제약사 PER mutiple 30배 이상 프리미엄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하였다.

HMC투자증권은 10월에 들어서 종근당에 대해 새로운 보고서를 아직 내지 않았지만 새롭게 보고서를 낸다면 목표주가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9월 28일 발표한 종근당에 대한 기업리포트에서 종근당의 PER은 30.2배에서 거래 중이며 목표주가는 대형제약사 PER mutiple 31.9배 적용하여 12만원으로 산출하였다고 밝힌 바 있어 종근당의 경우 새로운 기준인 대형제약사 PER mutiple 27.2배 적용하면 목표주가가 상당히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5년간 증권사 보고서 중에 ‘매도’의견을 낸 경우는 2%에 불과했다. 제약사 주가에 등락에 따라 목표주가 올리고 내렸을 따름이다.

증권사가 기업 리포트를 작성할 때 소신을 갖고 정확한 투자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제공해야 하는데 시장 분위기에 맞춰 리포트를 작성함으로써 이 리포트를 보고 투자하여 손실을 보게 된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리서치와 기업들의 공시 관행에 대해 강력히 경고하고 나서기로 하면서 증권사의 주관적인 보고서 발표가 개선될지 주목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이같은 조치는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애널리스트들이 소신을 갖고 정확한 투자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리서치문화를 정착시키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조병욱 기자  bucho85@pharm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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