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릭 의약품은 ‘쌍둥이’에 비유되곤 한다. 오리지널 의약품을 ‘복제’해서 만들며, 오리지널과 모든 측면에서 동일한 치료 결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산업은 대부분 이 쌍둥이를 출시하는 사업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

최근 제약산업에 불어 닥친 변화는 이 근간에 대한 깊은 고민을 불러 일으켰다. 지난 수년 정부의 몇 가지 개혁 정책에 의해 공교롭게도 제네릭 시장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 제약사들은 ‘위탁생산’이라는 방식을 통해 더 쉽게 더욱 다양한 품목을 보유할 수 있게 되었다. 제네릭 무한 경쟁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독보적인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쌍둥이들이 있다. 빠른 시장 진출로 인지도를 높인 퍼스트제네릭, 복용간격 연장, 투여경로 변경 등의 방식으로 편의성을 개선해 ‘신약’에 준하는 대접을 받는 개량신약, 2알 혹은 그 이상의 약을 하나로 만든 복합제, 그리고 환자의 입장에서 포장이나 제형의 크기를 개선한 제형개선 제네릭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 특별한 쌍둥이들은 복제 대상이었던 오리지널 시장을 위협하며 무섭게 성장했다. 대표적 개발사인 대원제약과 유나이티드제약의 2016년 평균 ROE는 11.9%로 국내 주요 제약사 평균 ROE인 6.8%를 크게 상회하는 수익성을 보이고 있다. 쌍둥이 중에서도 ‘더 나은’ 쌍둥이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종근당은 기존제품, 개량신약, 자체신약의 고른 선전으로 2016년 매출액 8,320억원(+40.4%), 영업이익 613억원(+43.4% YoY)을 기록했다. ‘17년에는 새롭게 출시된 개량신약인 듀비메트와 칸타벨이 성장을 주도할 전망이다. 또한 CKD-519가 호주 임상 2상을 시작하면서 그간의 R&D 투자 결과가 도출될 예정이다.

대원제약은 차별화된 제네릭 개발 능력을 입증한 회사다. 지난 4년간 총 5종의 차별화된 신제품을 출시 했다. 모두 국내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기준인 연간 100억원에 가깝거나 그보다 높은 처방 실적을 달성했다. ‘17년 출시 예상 신제품은 총15 종으로 기존 제품의 성장세에 약 200억원의 추가 매출액을 더해줄 전망이다.

보령제약은 국내 최초 고혈압 신약 카나브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16년 출시된 개량신약인 듀카브와 투베로의 본격적인 판매에 따라 ‘17녀매출액 4,794억원, 영업이익 384억원을 달성할 전망이다. 아스텔라스와 릴리로부터 도입한 품목들과 카나브 패밀리의 수출도 이와 같은 성장세에 기여하겠다.

유한양행은 ‘16년 매출액 1조 3,208억원을 달성하며 제약업계 최고 매출액 기록을 경신했다. 원료의약품 수출액과 도입품목 매출액이 각각 31.6%, 16.9% 성장했다. 개량신약 로수바미브의 폭발적인 성장에 따라 ‘17년에도 견고한 실적 달성이 기대된다.

 Intro. 다 같은 쌍둥이가 아니다

최근 규제의 변화를 통해 제네릭 의약품이 범람하고 있다. 그런데 넘쳐나는 제네릭 사이에서 독보적인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제품들이 있다. 퍼스트제네릭, 개량신약, 복합제, 제형개선 제네릭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 쌍둥이들은 복제 대상이었던 오리지널 시장을 위협하며 무섭게 성장했다.

해당 제품의 개발사인 대원제약과 유나이티드제약의 2016년 평균 ROE는 11.9%로 국내 주요 제약사 평균 ROE인 6.8%를 1.75배 뛰어넘는 수익성을 보이고 있다. 쌍둥이 중에서도 ‘더 나은’ 쌍둥이에 주목하자.

Part I. 꾸준한 성장세 속 디커플링(Decoupling) 발생

일괄 약가인하 이후 꾸준히 성장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는 2012년 일괄적인 가격(P)의 인하에도 시장 전체의 크기(Q) 성장으로 인해 연평균 2.55% 성장하여 2014년에는 일괄약가인하 이전 수준인 13.4조원을 회복했고, 2015년에는 전년대비 4.83%성장하여 14.1조원울 기록했다. 글로벌 헬스케어 전문 분석기관인 QuintilesIMS는 국내 의약품 시장이 연평균 4.6%씩 성장하여 2020년에는 17.5조원 규모로 전망했다.

상위제약사 부진, 중소형 제약사 성장
주목할 만한 점은 중소형제약사의 성장세다. 매출액 4천억원을 기준으로 2개 그룹으로 나눌 경우, 상위 그룹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평균 -21.5% 역성장한 반면 하위 그룹은 평균 +28.7% 성장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하위그룹이 11.7%로 상위 8개사 평균인 9.0%대비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원외처방실적을 통해서도 이러한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2016년 원외처방실적 약 11조 6,500억원 중 상위 45개사의 점유율은 70%를 기록했다. 이 상위 45개사를 다시 국내 상위 5개사와 외국계제약회사, 26개 중소형제약사로 분류해 보면 각각 24.1%, 34.6%, 41.2%의 점유율을 나타낸다. 26개 중소형사의 점유율은 2014년 39.3%에서 2016년 41.2%로 1.9%p 성장했다. 처방금액 기준으로는 2014년 2조 8,201억원에서 2016년 3조 5327억원으로 25.3% 증가했다.

Part II.제네릭 무한경쟁 시대 도래

중소제약사들의 성장세의 원인은 지난 2012년부터 이어져 온 정부 정책의 변화에 있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약가, 허가, 생산관리 등 다각도의 규제 개혁을 단행했다. 먼저, 건강보험 재정 악화에 대한 해결책으로 약가를 일괄 인하했다. 이후 대표적 과당경쟁 억제 정책이었던 공동생동규제가 폐지되었으며, 이미 인증이 완료된 공장에 대해서는 실사를 면제해 주었다.

그 결과 ‘인증된 남의 공장’에서 생산된 품목으로 공동생동을 진행하면 ‘저비용으로 빠르게’ 제네릭 출시가 가능해졌다. 제네릭 시장의 경쟁이 더욱 심화된 것이다. 이를 더 상세히 알아보기 전에 의약품의 허가 과정에 대해 간략히 정리해 보았다.

Background: 제네릭 의약품이 시판되기 까지
제네릭의 경우 상대적으로 개발하기 용이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까다로운 규제 요건 때문에 중소형 제약사들은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기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품목허가를 위해서 1) 해당 의약품의 안전성, 유효성에 관한 자료, 2) QC/QA를 위한 분석 기법 등의 자료, 3) 원료의약품과 완제의약품의 제조, 생산, 품질관리 자료 등이 필요하다.

안전성, 유효성에 관한 자료는 이미 생산과정이 검증된 공장에서 생산된 품목으로 진행한 생물학적동등성시험(생동시험)을 통해서 작성한다. 제대로 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 있어야 하고, 그 공장에서 생산한 품목으로 임상을 진행해야 한다. 즉, 생산-생동-허가는 연결되어 있다. 이 과정에서 1) 높은 수준의 품질관리 능력을 요구하는 KGMP시설 구축 비용, 2) 이에 대한 유지∙보수 비용, 3) 적게는 수 천만원에서 많게는 수 억원에 달하는 생동시험 비용이 발생한다.

때문에 제약사들은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 만료 시점이나 영업조직의 필요에 따라 출시 계획을 수립하고 그에 따라 전사적인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하나의 제네릭을 허가 받고 시판하기 위한 자료 수집을 위해서는 다양한 인력이 필요하며 그에 따라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제도 변화에 따른 효과
정부 규제의 개혁에 따라 다음 <표1>과 같은 효과가 발생했다. 세부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변화 1. 일괄 약가 인하 - 늦은 출시 가능하지만 오리지널과 가격 측면의 차이 두기 어려워
2012년 변화된 약가 제도에 따라 특허 만료 후 1년 이내에는 제네릭의 경우 특허만료 전 약값의 59.5%, 특허 만료된 오리지널은 70.0%로 가격이 결정되게 된다. 특허가 만료된 1년 이후에는 제네릭과 특허만료 오리지널 모두 특허만료 전 약값의 53.6%로 조정되게 된다. 제네릭 등재 후 최초 1년간 가격 가산을 두는 방침은 제네릭의 조속한 등재를 유도하기 위해 1년간 우대하려는 배경에서 비롯된 결과다. 또한 기존의 계단식 약가 방식으로 인해 품질경쟁보다는 제네릭 의약품을 먼저 등록하려고 경쟁하는 부작용에 대한 대책이기도 했다.

그 결과 특허 만료 후 시간 경과에 상관 없이 동일한 약가를 책정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이전의 제도가 가졌던 출시 순서에 따른 약가 측면의 차이점을 상쇄시켰다. 또한 특허 만료 후 1년이 지난 후부터는 오리지널-제네릭간의 유일한 차이였던 가격차이마저도 없어지게 되었다. 오리지널 의약품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치열한 영업전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특허가 만료된 후 수년의 시간이 흐른 대형품목의 제네릭 수 증가를 통해서 확인 할 수 있다. 2009년에 특허 만료된 리피토(atorvastatin)의 경우 2011년 10월 기준 품목 수가 29개에서 2017년 2월 현재 104개로 3.6배 많아졌다. 이후 오리지날 리피토는 2012년 일괄 약가 인하 이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2016년 원외처방금액 1위를 차지했다.

한편 삼진제약은 2012년 뒤늦게 리피토의 제네릭인 뉴스타틴-A 를출시했다. 기존 자사의 영업영역에서 해당 제품의 일부 시장을 빼앗아 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 였다. 이 전략은 적중했다. 상위 제네릭 품목들이 성장 정체를 겪고 있는 동안 뉴스타틴-A는 꾸준히 성장해 연간 100억원이 넘는 처방실적을 달성했다. 출시 시점에 관계없이 오로지 영업력으로만 승부를 보게 된 국내 제약 시장 구조에 대한 반증이다.

변화 2. 공동(위탁)생동 급증 - 공동생동통한 생동시험 비용 절감
기존에는 생동 1회당 3개 품목만 허가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같은 생산시설이라 하더라도 4품목 이상의 제네릭을 생산하고자 할 경우에는 2번의 생동시험이 필요 했다. 이 제한이 폐지되면서 생동시험 계획 신청 건수는 2011년 292건을 기점으로 급감하여 2016년도에는 123건을 기록했다. 또한 2011년 67.4%에 불과했던 생동시험 위탁 비중은 2015년에는 411%까지 급증했다. 생동시험 5건중 4건은 타 회사의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기반으로 수행되고 있음을 뜻한다.

이로 인한 변화는 1개 성분당 품목 수 추이로도 드러났다. 하나의 성분에 대해 50개 이상의 제네릭이 존재하는 경우는 2012년 1,337품목에서 2015년 3,492품목으로 2.6배 증가했다. 사실상 규제 개혁 이후 1개 품목당 최소 10개 이상의 제네릭이 출시되고 있다. 그 중 50개 이상의 제네릭이 출시된 경우가 가장 많았다. 결과적으로 2012년 1개 성분당 3.54개 수준이었던 품목 수는 2015년 4.08개로 증가했다.

변화 3. 적합판정서 발급 – 허가 기간 단축, 시생산 제품 생산 비용 절감
공동생동폐지에 더해 2014년 10월 GMP적합판정서 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위탁 제네릭 출시가 한층 빨라졌다. 기존 방식의 경우 허가를 위해 3배치의 시제품을 생산해야 했다. 변경된 규제에 따르면 GMP적합판정서를 획득한 공장의 경우 허가용 시제품의 생산 없이 품목허가가 가능하다. 또한 이를 위한 실사도 면제된다.

그 결과 GMP 적합 판정을 받은 ‘제대로 된’ 공장을 갖춘 회사의 경우 저렴하고 빠르게 제네릭 출시가 가능하게 되었다. 또한 아직 GMP 수준의 공장을 갖추지 못했거나, 관련 비용 산정 결과 경제성이 없어 개발을 포기했던 제약사들도 위탁생산을 통해 제네릭 제품을 출시할 수 있게 되었다.

변화의 결과 - 제네릭 무한 경쟁시대 도래
이러한 변화들이 시사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제네릭 시장의 경쟁이 더욱 심화되었다는 점이다. 규제 개혁으로 인해 중소형 제약사들은 높은 비용이 소요되는 생동시험이나, 초기 투자가 필요한 GMP수준의 공장 없이 원하는 신제품을 손쉽게얻을 수 있게 되었다.

중소형 제약사들의 선전이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다. 규제 개혁으로 기존 상위제약사들의 전유물이었던 제네릭 시장에서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일부 나누어 중소형 제약사의 성장 환경이 마련됐다. 제네릭 의약품 중에서 연간 매출 수백억대의 블록버스터 제품이 등장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과도 맞물린다. 이는 제약업체 수의 변화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2015년 완제의약품 생산 업체 수는 전년 대비 19%증가한 356개사에 달하며, 그 중 124개사가 10억원 미만의 생산량을 기록했다.

Part III. 무한경쟁 시대, 더 나은 쌍둥이가 필요하다

차별화된 신제품 출시
하나의 품목을 공동생동을 통해 다 함께 출시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차별화된 신제품의 출시가 필요하다. 태생적으로 같을 수 밖에 없는 제네릭 사이에 차이점을 불러오는 요소로는 1) 빠른 출시 시점, 2) 개량 신약, 3) 제형개선 등이 있다.

출시시점에 차별화를 두기 위해서는 오리지널의약품의 특허를 제형 기술, 염 변경을 이용해 회피하거나 무효 소송을 제기하여 정면 돌파해야 한다. 허가-특허연계제도에 따라 특허도전에 성공한 제약회사의 제네릭은 9개월간의 시장독점권을 부여 받는다. 특허에 도전하지 않더라도 염 변경 등의 방식을 통해 기존의 특허를 회피하면 조기 출시가 가능하다. 다른 약제 대비 시장에 조기 진입한 의약품을 퍼스트제네릭이라 부른다. 보통 제네릭 중 가장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게 된다.

개량신약

하루 3번 복용해야 하는 약을 하루 2회 혹은 1회만 복용해도 되도록 용법을 개선하거나, 2개 혹은 3개의 성분을 하나의 정제에 담은 복합제를 개량신약이라 부른다. 기존 치료제가 가진 복용상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기술적 노하우가 필요하다. 또한 대부분의 임상시험을 진행해야 하는 등 개발을 위한 비용 부담도 뒤따른다. 그럼에도 개량신약은 환자, 의사, 제약사 그리고 보험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일반적인 제네릭에 비해 우월적인 시장 지위를 차지하게 된다.

제형개선

환자들의 필요성에 맞춘 제형개선은 만족도가 중요한 의원급 시장에서 큰 효과를 발휘한다. 이를 대표하는 제품으로 대원제약의 기침시럽제 코대원 포르테를 들 수 있다. 기존 시럽제의 경우 시럽 병에서 처방된 용량에 따라 환자가 직접 따라서 마셔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러한 불편함을 개선시킨 제품인 코대원 포르테는 파우치 제형을 통해 고정된 용량을 간편하게 복용할 수 있게 했다.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이를 스틱형으로 개선하여 환자들의 편의성을 더욱 강화했고, 그 전략이 적중했다. 후발주자인 코대원 포르테는 2016년 12월 오리지널인 코푸의 처방실적의 81.8%에 해당하는 조제금액을 달성했다.<자료제공:메리츠증권>

박병우 기자  bwpark0918@pharm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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