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약업계에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다.

제약업계에 오너 후계 경영인들이 잇따라 승진하는 등 경영 전면에 나서며, 앞으로 ‘세대교체’ 바람이 제약산업에 어떠한 영향이 미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제약산업은 수직적이고 보수적인 조직 문화로 알려져 있는데 70~80년대생 오너 후계자들이 대거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조직문화 혁신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젊은 후계 경영인들은 해외유학 등 다양한 해외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감각과 폭넓은 네트워크를 장점으로 꼽을 수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접근해서 세계화와 글로벌 신약개발에 매진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약품은 내달 10일 정기주총에서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차남 임종훈(40) 전무가 한미약품 등기이사에 오른다. 지난해 3월 장남 임종윤 사장이 한미사이언스의 단독대표 자리를 오른데 이어 임종훈 전무도 한미약품 등기이사에 올라 2세 경영체제를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임종훈 전무는 오랜 세월 사장 자리를 지켜온 친형 임종윤 사장(45)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아왔다. 그러나 2014년 한미약품 계열사 시스템통합(SI) 물량을 독점하는 한미IT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등 소리 없이 그룹 내 입지를 다져왔다.

최근 녹십자홀딩스는 허일섭 회장과 함께 공동대표로 있던 이병건씨가 사임했다. 일각에서는고 허영섭 녹십자 회장의 3남 허용준(43) 녹십자홀딩스 부사장이 정기주총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될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당분간은 허일섭 회장이 단독 대표이사로 이끌어 갈 것으로 보인다. 녹십자는 지난 2015년 오너 3세인 허은철 녹십자 사장은 대표에 선임되며 후계 경영시대를 열었다.

동아쏘시오그룹은 지난해 11월 40~50대를 전진 배치한 사장단 인사에 이어 올초 40년 동안 동아쏘시오그룹을 이끌었던 강신호(90) 회장이 공식적으로 자리에서 물러나고 4남인 강정석(53)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강 부회장의 회장 취임으로 동아쏘시오그룹은 본격적인 3세 경영체제에 들어서게 됐다.

<사진 설명 : 좌로부터 한미약품 임종윤사장, 녹십자 허은철사장, 동아쏘시오 강정석회장>

중견 제약사 국제약품도 올 1월 남태훈 사장(37)을 승진과 함께 대표이사로 추대했다. 남 사장은 3세 경영인으로 제약업계를 통틀어 최연소 대표다. 사장으로 승진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2009년 4월 과장으로 입사한 이후 불과 8년만이다.

지난 해에는 이연제약 유용환(2세, 1974년) 씨가 전무에서 대표이사로, 삼아제약 허미애(2세, 1975년) 씨가 이사에서 대표이사로, 조아제약 조성환(2세, 1970년) 씨가 사장에서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신일제약 홍재현 전무(2세, 1971년)가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신일제약 홍현기 이사(2세,1975년), 동화약품 윤현경 이사(4세, 1980년), 대원제약 백인환 이사(3세, 1984년), 보령제약 김정균 이사(3세, 1985년)는 각각 상무로 승진했다. 동화약품 윤인호 부장(4세, 1984년)은 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오너 후계자들의 경영 승계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 못지않게 오너 후계자들의 기업 지배력 강화도 속도를 내고 있다. JW중외그룹, 동아쏘시오그룹, 동화약품, 삼아제약의 경우 오너3세가 최대주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JW중외그룹과 동아쏘시오그룹이 지주사 전환에 성공하면서 오너3세들의 지분이 확대됐다.

삼일제약의 허승범 사장의 경우 지난해 3분기 보고서를 보면 허승범 사장의 지분은 4.01%에 불과했으나, 최근 허 사장의 주식 매입과 허강 회장이 보유 주식 35만여주를 증여하면서 최근 11.09%까지 늘었다.

제약업계는 70~80년대생 후계자들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임직원 인적 쇄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젋어진 최고경영자에 발맞춰 회사 경영을 이끌어갈 임직원도 자연스럽게 교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기존 회사 경영을 꾸려왔던 기존 인재들은 중소제약사나 바이오 회사 등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중소형제약사나 바이오 기업의 경우 지금 경영 체계를 갖추고 해외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대형제약사의 경험과 노하우를 쌓은 인력에 대한 수요가 많은 상황이다.

조병욱 기자  bucho85@pharm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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