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7월 지주사 요건 강화를 앞두고 제약사들이 지주사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올해 휴온스 , 일동제약이 지주사 전환을 완료했고 신풍제약, 제일약품, 보령제약이 지주사 전환을 추진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사들이 지주사 전환을 서두르고 있는 것은 정부의 각종 규제에서 벗어나고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고 책임경영 체제를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2‧3세대 후계자 경영권 승계 등을 손쉽게 수행하기 위한 내면적인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주사 체제를 확립한 국내 제약사는 △한미약품(한미사이언스) △녹십자(녹십자홀딩스) △동아에스티(동아쏘시오홀딩스) △종근당(종근당홀딩스) △대웅제약(대웅) △JW중외제약(JW홀딩스) △휴온스(휴온스글로벌) △일동제약(일동홀딩스) 총 8곳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당초 금년 7월부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상 지주회사 자산 요건을 1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려 하였으나 지주사 전환을 추진 중이던 여러 기업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내년 7월로 시행을 연기한 바 있다.

이에 휴온스와 일동제약은 금년 지주사 체제 전환을 완료했고, 신풍제약은 금년 4월 지주사인 송암사를 설립하고 전환 준비 중에 있다. 신풍제약은 내년 7월 전에는 지주사 전환을 완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제일약품과 보령제약도 지주사 전환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약품은 지난 10월에 물적분할을 통해 OTC 전담법인인 '제일헬스사이언스'를 출범시켰으며 1일자로 신설 유통판매법인인 제일엔파트너스를 설립했다.

제일약품도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두고 지주회사 전환 작업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윤곽이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제일약품은 창업주 고 한원석 회장의 아들 한승수 회장(27.3%)이 최대주주이며, 한 회장의 장남인 한상철 부사장(4.7%) 등 한씨 오너일가가 전체 지분 48.9%를 보유하고 있다.

제일약품은 작년 기준 매출 5947억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보다 8.3% 증가한 3143억원을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8078억원에 달한다.

업계는 제일엔파트너스 성격에 따라 제일약품의 지주사 향방도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력한 시나리오는 신설지주사-제일약품-제일헬스사이언스로 이어지는 지주사 체제 전환이다. 이 과정에서 경영권 승계도 점쳐지고 있다.

보령제약은 현재 최대주주인 (주)보령이 지난달 29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인적분할을 통해 보령홀딩스를 설립하기로 알려지면서 주목받고 있다.

보령홀딩스와 (주)보령의 분할비율은 0.76402 대 0.23598로, 이렇게 되면 보령홀딩스-보령제약으로 이어지는 지주사 체제를 갖추게 된다.

보령제약그룹은 이전에도 (주)보령이 보령제약의 최대지분을 보유하면서 지주사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보령메디앙스 지분이 12.99%에 그쳐 지주사의 상장 자회사 지분율 요건인 20%에 못미치며 공정거래법이 인정하는 지주사 체제는 아니었다.

(주)보령의 최대주주는 김승호 회장의 장녀인 김은선 회장으로 보령홀딩스 설립 이후에도 경영권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보령은 작년 결산기준 자산규모가 1429억원으로 1000억원을 넘어섬에 따라 이번에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사 전환을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일약품과 보령제약의 지주사 추진설이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두 회사 측은 "확정된 게 없다"며 조심스런 반응을 내놓고 있다.

한편 법적요건을 갖춘 지주사는 ▲금산분리 ▲지주회사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제한 ▲증손회사까지 보유 등 규제가 따르지만, 양도세 과세 연기, 취득세 면제, 법인세 감면 같은 세제혜택도 부여된다. 이에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때 주식스와프를 활용해 후계자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곤 한다. 상속세나 증여세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조병욱 기자  bucho85@pharm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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